SBS, 뿌리깊은 나무(11화) - 세종이 인체 해부를 한 이유
*성삼문 : 치명적인 약점이라니요?
*세종 : 한자와 ‘우리 글자’와의 차이점이 무엇이겠느냐? 한자의 제작 기간은 수천 년이다. 허나 ‘우리 글자’는 고작 십년이다. 또한 한자를 만들어 온 이는 수백만 명이다. 허나 ‘우리 글자’는 고작 여기에 있는 우리가 전부다.
*성삼문 :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?
*세종 : 그렇다. 한자는 수백 년 동안 사람에서 사람으로, 아버지에서 아들로 아들을 통해서 또 그 아들로 그 긴 세월을 통해서 만들어진 글자이다. 허나 ‘우리 글자’는...
*성삼문 :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지요.
*세종 : 바로 이런 절차상의 문제가 ‘우리 글자’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다. 만든 이가 수백만 명이라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보편성을 가지게 된다. 허나 우리는 그렇지가 않다.
*박팽년 : 허나 보편성과 해부가 무슨 관계란 말입니까?
*세종 : 세상에서 가장 큰 보편성 곧, 자연의 이치를 담으려는 것이기 때문이다. 과인이 왜 소리에 충실한 글자를 만들려했겠느냐? 소리가 자연이고, 소리를 내는 원리가 곧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이야. 아니다. 아냐, 아냐! 뭐, 이런 거 다 때려치워도 된다. 그냥 알지도 못하는 다른 나라의 원리를 본 떠 만든 것이 아니라 이 글자들은 내 혀를 닮았다, 내 목구멍을 닮았어, 내 이를 닮았다. 이게 백성들의 것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... 뱃사람들이 왜 미신을 잘 믿겠느냐?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을 만나기 때문이다. 나도 만났느니라... 백성이다! 거대한... 백성! 하여 믿고 싶었다. 내가.. 내가 이렇게 글자를 만든다면 백성들이 써 줄 것이라는 그런 믿음을... 헌데 이게 잘못된 것이냐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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